사랑,감동 글

어머니와 도시락

inseong-baek 2009. 3. 15. 21:39

 

 

수학능력 시험을 보던 날의 일이다.

본래 큰 일을 앞두고도 별로 긴장하지 않는 성격인 나는 그 날 아침,

잔뜩 긴장해계신 부모님을 웃겨 가며 당당하게 고사장으로 향했다.

지정된 자리에 앉아 책을 보고 있는데 문득 도시락을 가져오지 않은 것을 알았다.

교문 앞까지 따라오신 엄마가 도시락을 들고 계셨는데,

너무 긴장한 나머지 내게 주는 것을 깜박 잊으신 모양이었다.

어떡할까 잠시 망설이다가 시험에만 열중하기로 하고 다시 책을펼쳤다.

시험 시작하기 몇 분 전 모든 수험생이 마음을 가라앉히고 있을 때였다.

스피커에서 신호음이 잠시 들리더니 안내 방송이 나왔다.

"○○여고 김경미 학생은 방송실에서 도시락 찾아가세요.

다시 알려..." 순간 교실은 웃음바다가 됐고 창피하고 무안해진 나는 황급히 방송실로 달려갔다.

낯선 학교라 방송실을 찾는데도 시간이 꽤 걸렸다.

'까짓 도시락 가지고는 엄마는...'

엄마에게 야속한 마음까지 든 나는 한마디 쏘아붙일 양으로 잔뜩 인상을 찌푸린 채 방송실 문을 열었다.

그런데 엄마가 한쪽 구석에서 도시락을 꼭 안고 울고 계시는 게 아닌가.

엄마는 날 보자마 자

 "내가 너 찾아 얼마나 헤맸는 줄 아니?" 하며 내 볼을 부비셨다.

점심을 못 먹어서 시험 치르는 데 지장이 있을까봐 도시락을 안고 이 교실,

저 교실 딸을 찾아 헤매셨을 엄마를 생각하니 나 또한 울컥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나는 아직 온기가 남아 있는 도시락을 꼭 껴 안고 교실로 돌아와 무사히 시험을 치렀다.

세상에 조건없이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미래가 아무리 어둡더라도

언제나 웃으며 헤쳐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살면서 힘이 들 때면 그날의 엄마의 눈물을 떠올리 며 용기를 얻을 것이다.

 

           - 좋은 생각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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