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부턴가 오빠는 얼굴에 피멍이 든 채 학교에서 돌아왔다.
무슨 일이냐고 물으면 넘어졌다며 변명을 늘어놓았는데,
하루는 밖에서 잔뜩 겁먹은 목소리로 집에 전화를 걸어왔다.
"엄마, 너무 무서워..."
그날 저녁 우리 식구는 그 동안 오빠가 학원폭력에 시달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무척 놀랐다.
오빠는 수학시험 때 답을 적어 돌리라는 친구들의 요구를 뿌리치고 차라리 공부를 가르쳐 주겠다고 했다가
그 일을 못마땅하게 여긴 친구들 대여섯 명에게 집단 구타를 당한 것이다.
그 뒤 어두운 얼굴로 며칠 동안 고민하시던 아빠는 오빠에게 그 친구들을 집에 초대하라고 하셨다.
오빠가 안 된다며 펄쩍 뛰었지만, 오빠를 안심시키며 걱정말라고만 하셨다.
다음날 오빠는 우락부락해 보이는 그 친구들을 집으로 데려왔다.
아빠는 그들을 반갑게 맞더니 대뜸 말씀하셨다.
"너희들, 뭐 먹고 싶니? 우리 아들 놈 때리느라 에너지 많이 소비했지?
오늘은 사나이들끼리 맛있는 거 먹으면서 얘기나 하자꾸나."
머쓱해하던 오빠 친구들은 겨우 자장면을 주문했다.
아빠는 자장면을 함께 맛있게 먹은 뒤 목소리를 가다듬더니 불쑥 손을 들어 보이며 말씁하셨다.
"얘들아, 내손을 좀 봐라.
나는 일하다가 손가락이 잘려서 없단다.
그래서 직장도 잃게 되었고 죽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살았다.
왜냐하면 내겐 이 아들놈이 있었기 때문이지.
내가 아버지로서 너희들에게 한 가지 부탁한다.
너희들끼리 아무리 뒹굴고 싸워도 좋지만,
다만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정직한 사람으로 살아가길 바란다."
아빠의 눈엔 이슬이 맺혔다.
오빠를 위해 가족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은 손을 당당히 내보이던 아빠, 정말 자랑스러웠다.
- 좋은 생각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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