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감동 글

언청이 오빠

inseong-baek 2009. 3. 15. 21:47

 

 

언청이로 태어난 오빠는 언제부턴가 말을 더듬는 버릇까지 생겼다.

나는 그런 오빠를 곧잘 "버버리"라고 놀려댔는데,

나보다 공부도 더 잘하고 얌전하고 착한 오빠가 엄마 사랑을 더 많이 받는 것을 질투했던 것이다.

오빠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세번째 수술을 받았다.

그 얼마 뒤 텔레비전에서 언청이라는 말을 처음 듣고 그 뜻을 알게 된 나는

오빠에게 버버리 대신 "언청이"라고 놀렸지만, 오빠는 그저 꿀밤을 한 대 먹이며

 "이제서야 그 말을 알았구나"하며 웃었다.

그 이후 왠지 오빠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나는 다시는 언청이라고 놀리지 않았다.

중고등학교를 지나면서 공부에만 파고들던 오빠가 대학생이 될 때까지

엄마는 넉넉지 않은 형편에 어떻게든 오빠의 수술비를 마련하셨다.

덕분에 대학 2학년 때 마지막 수술까지 무사히 마친 오빠의 얼굴은 정상에 가까워졌다.

그런데 몇 달 뒤 엄마의 생신 전날,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오빠가 무단 횡단하는 어린아이를 구하려고 차도에 뛰어들었다가 트럭에 치어 세상을 떠난 것이다.

모두들 이 엄청난 일에 입을 다물지 못했지만,

그 순간 나는 묘하게도 참 오빠다운 최후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의 생신날 아침,

오빠의 죽음으로 온 집안에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는데 갑자기 웬 소포꾸러미가 도착했다.

그것은 오빠가 죽기 며칠 전에 우편으로 보낸 축하편지와 선물이었다.

 "아이를 낳아 기뻐해야 할 때 언청이를 낳아 얼마나 마음 아프셨어요.

그런 저를 사랑해 주신 어머니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어머니, 세상 누구보다도 사랑합니다..."

오빠 편지를 읽으면서 엄마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셨다.

마지막까지 사랑과 감동을 안겨주고 떠난 오빠, 지금 저 세상에서 잘살고 있는지...

 

          - 좋은 생각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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