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무더위와 계속되던 여름날이었다.
아이들 방학을 맞아 몇 팀이 모여 관광버스를 이용해 풀장으로 물놀이를 가기로 했다.
그런데 버스가 출발하고 중간쯤 지났을 무렵 갑자기 뒤쪽에서 웬 아이 하나가 울음을 터뜨렸다.
"어어엄마아...,아아아아..."
힐끗 돌아보니 몸이 성치 않은 제법 덩치 큰 아이가 온몸을 엄마에게 기댄채
잘 되지 않는 발음으로 계속 울먹였다.
아이는 급기야 차멀미까지 하기 시작했는데, 시큼털털한 냄새가 차안에 번지자
은근히 짜증이 난 나는 '아니,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애를 왜 데리고 나온담'하고 투덜댔다.
수영장에 도착했을 때,
나는 신나게 노는 아이들을 살피느라 조금 전의 그 일을 까맣게 잊어버렸다.
입술이 새파래지도록 수영을 하다가 오후가 되자
서둘러 수영장 입구에 세워져 있는 버스로 돌아왔다.
다른 팀들도 모두 도착해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그제서야 아까 그 아이가 엄마 팔에 의지한 채 수영장 입구에서 걸어나오는 것이 보였다.
갑자기 옆자리 청년이 조그만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끝까지 말썽이군."
모두들 피곤한지 버스 안은 곧 조용해졌고,
나도 눈을 감았다.
그때 뒤쪽에서 아까 그 아이 엄마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가, 재미있었지?스무 살 생일날 수영장에 데려간다는 약속 지켰다."
아이는 벌써 잠이 들었는지 아무 대답이 없었고,
다만 그 엄마의 낮은 흐느낌 소리만 고요한 버스 안에 울렸다.
순간 내 얼굴은 확 달아올랐다.
그 아이 엄마의 고통과 아픔이 나에게 전해지는 듯 가슴이 저려 왔고 내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나는 가만히 혼자 중얼거렸다.
"아이야, 아까 일은 정말 미안하구나."
- 좋은 생각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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