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감동 글

어리석은 딸의 욕심

inseong-baek 2009. 3. 15. 21:35

 

 

아버지는 이상하게도 내가 입학, 졸업 등 인생의 작은 전환을 맞을 때마다

쓰러지셔서 날 힘들게 하셨다.

하지만 늘 언제 그랬냐는 듯 금방 자리를 털고 일어나셨는데,

내 결혼을 얼마 앞두고는 뇌종양 진단을 받으시고 건강이 극도로 나빠지셨다.

하지만 우리 가족은 상의끝에 예정대로 결혼식을 치르기로 했다.

결혼식 날 다행히 몸이 조금 회복된 아버지는 마지막 사력을 다해 나를 사위손에 넘겨주셨다.

그 뒤 병이 깊어지신 아버지는 우리 곁을 떠나 가셨다.

그때 엄마 나이 마흔 여덟, 혼자 되기에는 젊은 나이셨다.

하나 있는 딸은 시집을 가고, 큰아들은 취집이 되어 서울로 가버린 데다,

한달 뒤엔 막내아들마저 군대에 가게 되면서 불과 세달만에 그 북적대던 집에 엄마 혼자 남게 되었다.

마흔 여덟 그 한창 나에에 갑자기 혼자 되신 엄마는 많이 외로워하셨다.

남들은 그래도 애들 다 키워 놓았으니 걱정없어 좋겠다고들 위로했지만,

그럴때마다 엄마는 차라리 챙겨야 할 어린 자식이라도 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곤 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가끔 집에 전화를 하면 엄마가 안 계신 적이 많았다.

한참이 지나서야 엄마는 넌지시 말씀하셨다.

"동네에 혼자 되신 분이 있는데, 그분을 만나고 있단다."

난 내심 놀랐고 서운했다.

엄마가 돌아가신 아버지를 잊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때부터 나는 감시 아닌 감시를 하기 시작했다.

엄마에게 전화를 자주 걸어 이것저것 캐묻고 가끔 만날때마다 싫은 내색을 내비쳤던 것 같다.

그러자 얼마뒤 엄마는 다시 집에 있는 날이 많아지셨다.

엄마는 내 속내를 아시고 마음이 불편하셨던 것이다.

그 뒤부터 지금까지 엄마는 이십년이나 되는 긴 세월동안 나와 우리 형제들이

모두 떠나버린 그 자리를 홀로 지키고 계신다.

그리고 지금 어느새 마흔을 훌쩍 넘어 그때의 엄마나이가 되어가고 있는 나는

문득문득 '그때 내가 생각이 모자랐구나' 하고 깨닫는다.

지난 날 내가 조금만 더 엄마를 이해했더라면

지금 엄마곁에는 자기만 아는 자식들만이 아닌 인자하신 아저씨 한 분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드리고 계실지도 모른다.

'예전에 내가 조금만 더 어른스러웠더라면...'

나는 늘 엄마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 좋은 생각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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