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감동 글

아버지의 삭발

inseong-baek 2009. 3. 13. 23:24

 

 

남자들이라면 한번쯤 반항의 의미나 새롭게 마음을 다진다는 의미로

머리를 짧게 깎거나 삭발을 해보았을 것이다.

요즘은 멋과 개성을 살리기 위해 삭발을 한다지만...

요사이 아버지는 그렇게 싫어하던 운수업을 다시 시작하셨다.

예전의 절반이하의 수입이지만 그래도 배운 게 이것뿐이라 이일이 아니면 하실 게 없다며

옛날 차종보다 두 배 정도 큰 차로 바꾸셨다.

그런데 얼마 전 아버지는 작은 접촉사고를 내셨다.

그날 사고 소식을 듣고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들은 잔뜩 걱정을 하며 아버지를 기다렸다.

그런데 저녁 늦게서야 집으로 오신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얼마나 놀랐던지...

어깨가 축 처진 아버지의 머리는 파르스름하게 깎여 있었다.

아버지는 놀란 우리를 향해 희멀겋게 웃으셨다.

그리고는 많이 놀랐느냐며 사고 얘기를 털어 놓으셨다.

그날 저녁에 동창 모임이 있었는데,

적은 돈이라도 조금 더 벌려고 서두르다 그만 접촉 사고를 내어 결국 모임도 참석하지 못하셧다는 것이다.

말씀을 마치신 아버지는 아등바등하는 당신의 처지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친구들과

비교해 너무 초라하게 느껴진다 하시면서 눈가를 훔치셨다.

그리고 멋쩍은듯 짧은 머리를 쓰다듬으시며

"이건 반성의 의미와 다시 뛰어 보자는 새로운 각오의 의미"라고 하셨다.

늘 모든 일에 당당하고 한없이 커 보였던 아버지가 그날 따라 너무 가엾어 보였다.

희끗희끗한 흰머리가 눈에 띄는 아버지의 짧은 머리를 보며 나는 솟아오르는 눈물을 꾹 참고

아버지의 용기에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아버지!당신을 사랑합니다.'

 

                - 좋은 생각중에서 -

 

 

 

'사랑,감동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느 어머니의 20년 약속   (0) 2009.03.15
아빠의 손가락  (0) 2009.03.13
아버지의 마지막 외출   (0) 2009.03.13
아버지가 싸준 도시락  (0) 2009.03.13
아들에게   (0) 2009.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