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돌아가신 뒤 엄마는 생활비를 벌려고 보험회사에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빠의 빈자리 때문에 너무 힘들어 하셨고 우리집의 분위기는 늘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엄마의 얼굴이 한결 밝아졌다.
그 즈음 엄마는 밤마다 늘 전화기를 들고 방으로 들어가선 문을 잠궜다.
한참 있다 문을 열고 나오는 엄마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무엇이 엄마를 저렇게 즐겁게 하는 걸까?
궁금증이 깊어가던 차에 내 귀는 엄마방에 붙어 버렸다.
"오빠, 오늘은 불고기를 했는데..."
내가 알기로는 엄마에겐 오빠가 없었다.
나는 그날 밤 온통 뜬 눈으로 지새웠다.
어느 날 저녁 엄마는 아이스크림을 잔뜩 사들고 오셔서는,
"이거, 엄마 회사 사장님이 주신 거야, 먹어 보렴." 하며 나보다 더 좋아하셧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그 사장님이 직접 아이스크림을 들고 엄마와 함께 들어오셨다.
나는 경계의 눈초리로 쳐다보며 생각했다.
'엄마의 오빠가 저리도 키가 작다니...
저 분의 어떤 점이 엄마를 행복하게 하는 걸까?'
그 해답은 금방 풀렸다.
가만 보니 그 분은 아빠만큼 자상하고 정이 많았고, 우리에게 잘 해주셨다.
나는 마음이 놓였다.
그날 이후 아저씨는 매일 저녁 우리집에 와서 식사를 하곤 했다.
나는 조잘조잘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떠들어 댔는데,
아저씨는 잠자코 끝까지 얘기를 들어주셨다.
그러던 중 아빠 제삿날이 다가왔다.
아빠의 제삿상 앞에서 아저씨가 절을 하셨다.
그 순간 알 수 없는 눈물이 내 볼을 타고 흘러 내렸다.
'아빠, 미안해요. 저는 이제 두명의 아빠를 가졌다고 생각하고 싶어요. 그래도 되죠?'
다시 넷이 된 우리 가족은 밤이 깊도록 제삿상 앞에 앉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 좋은 생각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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