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갑자기 교통사고로 죽은 남편을 햇빛이 잘 드는 공산에 묻고 돌아오면서
나는 앞으로 어린 두 딸아이를 데리고 어떻게 살아갈지 그저 막막하기만 했다.
남편과의 소중한 추억이 담긴 집을 정리하고 서울로 이사를 왔지만,
낯설고 물설어 남편의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졌고 홀로 눈물을 흘리는 날이 많았다.
힘들다는 생각만 들고 도대체 사는 재미를 느낄 수 없었다.
그러던 중 큰 딸 환희가 수학여행을 떠나는 날이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김밥을 싸다 보니 내 밥이 없었다.
"어, 밥이 모자라네. 그럼 엄마 밥이 없잖아."
"걱정하지마. 오늘은 식당 쉬는 날이니까 엄마 밥은 나중에 하면 돼."
나는 "밥 굶지 말라"며 걱정하는 딸아이를 안심시킨 뒤 도시락을 가방에 넣어 주었다.
그리곤 방으로 들어와 다시 잠이 들었다.
점심때가 되어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아침상을 치우려고 밥상보를 들었다.
그런데 밥상 위에는 김밥 몇 알과 작은 쪽지가 놓여 있었다.
"엄마, 도시락에서 김밥 조금 덜어내 놓고 가요.
이렇게 두고 가지 않으면 엄마는 틀림없이 아무것도 안 드실 것 같아서.
엄마가 화 내실 것 같아 살짝 두고 갑니다.
사랑하는 엄마,
체하지 않게 꼭꼭 씹어 먹고 물 마시면서 드세요."
그 즈음 나는 남편을 잃은 슬픔에 거의 음식을 먹지 않는 날이 많았고
가끔 뭐라도 먹으면 체하곤 했다.
나는 딸아이의 쪽지를 가슴에 꼬옥 껴안고 한참 동안 목놓아 울었다.
그리고 그 김밥을 꼭꼭 씹어 먹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아이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지 않는다
힘들고 외롭다는 생각이 들때면
"엄마, 꼭꼭 씹어서 드세요" 하는 딸아이의 말을 떠올리며 힘을 얻는다.
- 좋은 생각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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