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감동 글

사랑하는 엄마가 남긴 선물이라면

inseong-baek 2009. 3. 12. 19:16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 넉넉하던 우리집은 엄마의 사업이 기울기 시작하면서 불안해졌다.

은행의 독촉전화와 채권자들의 성화가 계속되어 식구들 모두 힘들어하는 가운데

어느 날 엄마가 말도 없이 사라지셨다.

그 뒤 빚쟁이들이 하도 많이 찾아와 문밖 출입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날들이 이어졌고,

견디다 못한 아빠마저 25년간 학생들을 가르치던 학교에서 명예퇴직을 하신 뒤

퇴직금으로 은행빚을 갚고는 공사장 인부일을 나가며 생활비를 버셨다.

지난 3월 아빠 생신날 나는 술에 취해 노래 부르시는 아빠 모습을 처음 보았는데

아빠의 두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쏟아지고 있었다.

아빠는 내 손을 꼭 잡으며 "우리 딸 고생이 많구나" 하고 말씀하셨다.

순간 아빠의 손을 내려다보는데 눈물이 와락 쏟아졌다.

튼튼하고 뽀얗던 예전의 손이 아니라 까맣고 상처투성이의 퉁퉁 부은 손이었다.

손이 왜 이러냐는 내 질문에 아빠는 머쓱하며 말씀하셨다.

"철근을 잡아당기는 데도 요령이 있더라구.

손목하고 어깨 힘으로 해야 하는데 아빠는 처음이라 손가락에만 힘주다 보니까...

괜찮아. 가라앉고 있어."

갑자기 서러움이 밀려들어 나는 오랫동안 곳에 고여 있던 말을 토해냈다.

"난 우리 가족 모두를 이렇게 힘들게 만든 엄마가 너무너무 미워."

그러자 아빠는 내 등을 가만히 토닥이며 말씀하셨다.

"진영아, 엄마도 우리 가족을 위해 잘하려다 그런 거야.

엄마 너무 미워하지 마라.

아빠는 사랑하는 엄마가 남긴 마지막 선물이 비록 이런 고통이고

또 형무소로 가야 할지라도 준비가 되어 있단다.

다만 너와 네 동생이..."

끝내 뒷말을 잇지 못하시는 아빠.

자신의 사랑하는 모든 것을 끝까지 지키려고 하는 아빠의 모습이

나를 몹시 슬프게 했다.

 

 

                 -좋은 생각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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