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감동 글

보여서는 안 될 사진

inseong-baek 2009. 3. 10. 16:59

  

 

7년간의 투병생활을 한 남편은 온몸에 암이 퍼져 더 이상 가망이 없었다.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라는 담당의사의 말을 듣고 넋을 잃은 채 생활하던 어느 날이었다.

약을 타러 병원에 다녀왔더니 둘째녀석이 무릎을 꿇은 채 제 아빠에게 매를 맞고 있었다

남편을 겨우 달래서 눕히고 아들에게 물었다.

"아빠가 갑자기 아무 이유도 없이 때리셨어. 왜 그러시는 지 모르겠어."

"그럼 ,아빠가 때리면 도망을 가야지, 왜 그냥 맞고만 있었어?"

"엄마, 내가 도망가면 아빠는 쫓아오지 못하잖아요.

아빠가 나를 때리는 것도 이번이 마지막일지 모르는데...

괜찮아요.하나도 아프지 않아."

나는 아들의 눈물을 가만히 닦아 주었다.

그리고 나는 그이 몰래 서서히 남편을 떠나 보낼 준비를 했다.

장지는 공원묘지로 했고, 장례절차는 시댁 식구들과 상의하여 그이의 부탁대로 하기로 했다.

급한 것부터 하나둘 준비한 물건들은 대부분 오빠 지에 맡겼다.

하지만 영정사진만은 누구에게도 맡기기가 싫어 그이가 보지 못하도록 신문지로 몇겹을 싸서

장롱깊숙이 넣어 두었다.

그런데 어느 날 자명종 소리에 놀라 일어났더니

남편이 창가에 서서 실명한 눈으로 액자 하나를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장롱 깊숙이 있는 그 액자를 어떻게 찾아냈는지,

난 너무 당황해서 어찌할 줄 몰랐다.그때 남편이 말했다.

"나도 옛날엔 꽤 괜찮았는데...그렇지?그동안 당신 고생 참 많았어.

미안해!저 세상에 가서 다시 만나면 이생에서 고생시킨 것 모두 갚아줄게."

순간 나는 뼈만 앙상한 그이의 다리를 붙들고

그 사진을 왜 꺼냈냐며 억장이 무너지듯 오열을 터뜨리고 말았다.

얼마 뒤 결국 그이는 내 곁을 떠났다.

남들보다 짧게 살다 간 그이가 이제 고통도, 아픔도 없는 저 세상에서 편히 잠들기를..

 

 

                - 좋은 생각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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