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부모님과 떨어져 대전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야간대학에 다니고 있다.
며칠 전 어머니는 아버지와 함께 대전으로 아버지 틀니를 하러 나오는 길에
우리 사무실에 잠깐 들르셨다.
꾸미지 않은 초라한 옷차림의 어머니는 무거워 보이는 보퉁이를 머리에 이고 계셨다.
내가 좀 편하게 다니시지 뭘 또 이렇게 바리바리 싸오셨느냐는 핀잔섞인 눈초리를 보내자
어머니는 못 들은 척, "이거, 집에서 키운 거라 맛있을 거다." 하시며 보퉁이를 풀었다.
쌀,김치, 냄새 날가 봐 꽁꽁 싸맨 된장 한 봉지였다.회사에서 점심을 해먹는 나를 위해
어머니는 그 먼 시골에서 대전까지 무거운 보퉁이를 이고 오신 것이다.
"가까운 시장에서 사먹으면 되는데..."
나는 뾰로통해 있는 척했지만 실은 어머니가 무척 고마웠다.
가까운 치과에서 아버지 틀니를 해 넣고 난 뒤 나는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릴 방법이 뭐 없을까
궁리하면서 극장 앞을 지나다가 문득 부모님이 평생 영화 구경 한 번 못 해 보셨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생각난 김에 극장으로 달려가 표 두 장을 사서 어머니 손에 쥐어 드렸다.
그런데 회사에 오고 나서야 내가 큰 실수를 했다는 걸 알았다.
부모님은 전혀 한글을 읽지 못하시는데 그 극장에서는 외국영화를 상영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루종일 안절부절못하던 나는 부모님이 집에 돌아가셨을 시간에 맞춰
집에 전화를 걸어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어머니는 알아듣지도 못하는 말대문에 지루하셨을 텐데도,
영화를 끝까지 다 보고 나왔다고 하시며
"딸덕분에 처음으로 영화관 구경을 했다."고 오히려 즐거워하셨다.
어머니의 그 말슴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어머니는 영화를 보고 나온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을 보아준 것이다.
-좋은 생각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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