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사랑합니다*
잘은 안나지만
어렴풋이 기억이 납니다.
내가 유치원 다니던 시절 밤에 고열로 아파할 때
그 높은 산동네에서 나를 들쳐 엎고
택시가 다니는 곳까지 쉬지 않고 뛰어 내려와
나를 병원으로 데려갔던 당신
그때 난 보았습니다.
당신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내가 초등학교때 반장이 되었을 때
다음날 빵과 우유를 50개씩 싸와서 반 아이들에게
하나씩 나눠주었던 당신
난 당신에게 짜증을 부렸습니다.
창피하게 학교까지 왜 왔냐고
그때 난 보았습니다.
나의 그러한 태도에도 나를
자랑스러워하는 당신의 미소를...
초등학교 5학년때 보이스 카웃 여행을 갔을 때
당신도 따라왔습니다.
내가 가는곳마다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저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내는 당신
유난히도 사진찍는것을 싫어했던
나는 그런 당신에게 또 짜증을 내었습니다.
그때 난 보았습니다.
당신의 민망해하는 어색한 웃음을...
우리집이 그리 잘살지 않았던 시절
내가 그렇게 갈비를 먹고 싶다고
졸라도 사줄 돈이 없으셨던 당신
하루는 그동안 모으고 모은 돈으로
나에게 갈비를 2인분이나 사주셨던 당신.
그때 난 보았습니다.
집에 돌아와 부엌에 쪼그리고
앉아 찬밥을 드시는 당신을...
내가 삼류 대학에 입학했을때
당신은 마음속으로 실망이 대단히 크셨던거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기죽을까봐 나보고 잘했다고
수고했다고 다독거려준 당신
그때 난 보았습니다.
당신의 미소 뒤에 숨어있는 서글픈 미소를...
내가 군대 훈련소에서 병원을 갔을 때
조교 눈을 피해 몰래 당신에게 전화를 했었습니다.
당신의 목소리에서
뛸듯이 기뻐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조교의 눈에 들킬까봐
채 1분도 통화하지 못하고 끊어야 했습니다.
그때 난 들었습니다.
전화를 끊으면서 얼핏 들리는 당신의 흐느낌을...
내가 군대에서 고참에게 매일 워커발로
정강이를 채이고 나서 휴가를 나왔을때
당신은 내가 잠들어 있는 방에 들어와
내 모습을 바라보시다가
우연히 나의 피고름이 흐르고
퉁퉁 부어있는 정강이를 보았습니다.
난 자는 척을 하고 있었지만
그때 난 들었습니다.
당신의 소리 죽여 우시는 소리를...
내가 불혹의 나이가 지나고
당신이 70먹은 노인네가 되었을 때
그때도 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내 걱정에 항상
마음 조릴 당신의 모습을...
그런 당신을 난.
어머님이라 부릅니다.
- 좋은 생각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