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감동 글

이제서야 알 것 같습니다

inseong-baek 2009. 3. 16. 15:47

 

 

아버지, 이제 삼복더위도 입추도 훌쩍 지나가 버리고 점점 가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유난히 땀을 많이 흘리시는 아버지께 무덥던 지난 여름이 얼마나 힘드셨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아파옵니다.

며칠 전 남편 옷을 다리다가 기억 저편에 묻어 두었던 아버지 모습이 생각나 눈물을 흘리고 말았습니다.

하루 종일 서서 땀에 흠뻑 젖은 채 뜨거운 다림질을 하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왜 예전에는 아버지의 그런 모습을 보고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을까요?

그때는 그게 아버지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편안하게 앉아 옷 몇 벌 다리는 데도 이렇게 힘들고 땀이 비오듯 하는데,

남의 옷 빨아 하루 종일 서서 다리셔야 했던 아버지는 얼마나 고생스러우셨을까요.

그 고된 일로 단단하게 굳어 버린 아버지의 어깨 한 번 제대로 주물러 드린 적 없었지요.

아버지는 어렸을 때부터 저를 유난히 예뻐해 주셨어요.

늦잠을 자다 학교에 늦을라치면 세탁물 배달이 급한데도 얼른 자전거에서

세탁바구니를 내리고는 그 자리에 수건을 까고 저를 태워 주셨죠.

그 먼 등교길에도 귀찮은 내색 한 번 않으셨고,

잠 맣은 게으른 저를 꾸중 한 번 하지 않으였습니다.

또 친구들이 보면 제가 창피해할까봐 학교 정문 앞 조금 못 미쳐 절 내려 놓고 서둘러 가셨어요.

그때의 아버지의 마음을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세월이 흘러 이제 반백의 모습으로 남으신 아버지.

하지만 올 여름에도 아버지는 더운 바람만 일으키는 낡은 선풍기 하나만을 곁에 두고 땀을 흘리셨지요.

그리고 아침 드시고 천천히 나가시라고 아무리 말씀드려도, 굳이 이른 새벽부터

 "손님을 기다리게 해선 안 되지"하며 서둘러 나가시던 아버지의 그 투철한 직업과.

지금껏 한 번도 새벽에 일 나가시는 걸 어기신 적이 없으시지요.

아버지, 이젠 몸 생각하셔서 어머니가 지어 드리는 따뜻한 밥 맛나게 드시고 조금만 늦게 나가세요.

아버지, 제가 늘 죄송하게 생각하는 게 뭔지 아세요?

부모님 곁에 좀더 있으면서 생활에 보탬이 되지 못한 거예요.

힘들게 공부시켜 주셨는데, 돈 좀 벌만 하니까 시집와 버린 제게 많이 섭섭하셨죠?

동생 공부 끝날때까지만이라도 도와야 했는데...

지극 정성으로 키워 주신 아버지,

그 은혜 잊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아버지의 딸로서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살게요.

아버지도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 좋은 생각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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