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감동 글

아내의 눈물

inseong-baek 2009. 3. 12. 19:50

 

 

어제 저녁 늦게까지 무 100단을 깨끗이 다듬어 묶어 놓고

빨래하랴 찬거리 준비하랴 바쁘던 아내가 오늘은 새벽 같이 일어나

시장에 무를 팔러 나갔다.

 

무값 2만원을 받아쥐고 돌아와 다시 하우스 짓는데 나가려는데

방위병 아들이 제대병 회식비라며 만원만 달라고 했다.

아들 입장에서야 동료 방위병의 제대를 축하해 주는 것이 당연한 일이겠지만,

아내에게는 2만원을 만들기 위해 바친 숱한 고생을 생각지 않을 수 없었다.

 

무슨 회식비가 만원이나 드느냐, 잔소리를 심하게 하면서도 만 원을 내주었다.

중학교에 다니는 막내딸 역시 참고서도 사야하고 운동화도 사야겠다고 한다.

아내가 선뜻 돈을 내줄 리가 없다.

공부는 못하는 것이 참고서만 사달란다, 운동화도 아직 더 신을 수 있는 데

무슨 운동화냐고 또 신경질을 부렸다.

딸아이는 도시락도 챙기지 않고 울면서 그냥 가버렸다.

그때서야 아내는 딸아이가 안스러웠는지

"내가 돈벼락에라도 맞았으면..."탖식을 하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날 저녁 아내는 온 뼈마디가 쑤시는 것을 참고 여느 때와 똑같이 일하고 늦게야 자리에 누웠다.

그러나 자는 줄로만 알았던 아내는 소리도 내지 않고 조용히 베개를 적시며 울고 있었다.

차라리 대성통곡이라도 해버리면 속이라도 좀 풀릴 텐데...

글을 쓰다 말고 나는 아내의 눈물을 닦아 주고, 팔과 다리를 주물러 주었다.

그러자 아내는 "당신도 피곤할 텐데..."하면서 내 어깨를 주물러 주었다.

서로의 경험 속에서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고통을 위로하는 것이다.

'노동과 고통, 이것을 서로 이해하는 속에서 정말 진정한 사랑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좋은 생각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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