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감동 글

그들만의 이야기

inseong-baek 2009. 3. 31. 17:11

장애인 특혜 군대 면제..

1990년 징병 검사장을 빠져나오며

국가에서는 다시금 나에게 장애인이란 딱지를 붙였다.
그날따라 여의도에는 억수같이 소나기가 퍼부었다.
흠뻑젖은 몸을 이끌고 비를 피해 버스터미널로 뛰었다.
축축하게 내 머리를 타고 내려오는 빗물들..


벌써 많은 사람들이 갑작스레 퍼붓는 소나기를 피해
옹기종기 모여 수다를 떨고 있었다.
머릿속이 복잡해옴을 의식한 난 주머니 깊은 곳에서
담배갑을 꺼내 들었다.


다행히도 겉만 젖어 담배 몇가치는 훌륭할 정도로 멀쩡했다..
담배를 꺼내물자 사람들의 시선은 알게 모르게 혐오스럽게 뒤바뀌었다..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한 난 재빨리 오른손을 호주머니 속에 넣었다.
너무 다급한 나머지 라이터를 들고 있던 오른손을 넣었기 때문에..
라이터를 빼기 위해 왼손으로 오른쪽 주머니를 뒤적거리는
모습까지 보여 기분이 불쾌했다.


왼손으로 모든걸 해결하고 담배 한모금을 깊이 빨아들였다.
"병신 남편이래요~ 성만이하고 미애는 부부래요~"


눈만 감으면 어릴적 그 고통속의 일들이 생각난다.
인정하기 싫지만 난 장애인이이다.
손가락 병신...


다들 멀쩡한 손가락이..

왜 나만 이렇게 생겼는지..
내 오른손의 손가락은 단 3개뿐이다.


절단된적도 없고 다친적도 없다.
천성적으로 타고난 내 오른손 엄지와 검지..
그리고 한 덩어리로 뭉친 볼품없이 징그럽기만 한 세번째 손가락..
어릴적부터 난 이 손가락 때문에 많은 놀림을 받아야 했다.


그 이유인가?
난 상당히 내성적이고 이기적이 되어 버렸다.
언제나 이 징그런 손가락을 감추기 위해 호주머니 속에 잘 넣어..
누가 보이지 않게 했고, 당연히 난 왼손잡이가 되어야 했다.


난 초등학교 5학년때까지 친구가 단 한명도 없었다.

초등학교는 의무교육이였고 난 성격장애자가 아닌 이상
보통학교에 보내져야 했다.


그리고 내가 살던 곳에는 장애인 학교가 없었다.
그곳에서 난 지옥같은 초등학교 시절을 보냈다.


잊을 수 없는 초등학교 5학년
내가 처음 친구를 사귀게 된 그 때.
난 학교에서 언제나 제일 끝자리에 혼자 앉았다.


내 옆에 짝궁을 앉혔다간 부모님들의 항의로 학교가 발칵 뒤집히기 때문에..
언제나 마련된 나의 자리는 청소함 옆 맨뒤
아이들 무리와 한참을 떨어진 청소함의 옆
거기가 나의 책상이 있는 내 자리였다.


그리고 초등학교 5학년때 내 옆에 걸상이 하나 더 놓여졌다.
그 자리의 주인공이였던 정미애 라는 아이...


5학년 1학기 초에 그 애는 전학을 왔다.
선생님이 처음 전학온 아이를 내 옆에 앉히는게
어린 나로서도 정말 이해가 안갔다.


나 자신도 인정하긴 싫지만...
애들이 싫어한다는 것쯤을 느낄수 있었으니,
곧 내 옆에 이 아이도 내 오른손을 보고 놀래 날 피하고
다른 아이들과 함께 놀릴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난 더 더욱 오른손을 주머니 속에 감추기만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건 나의 빗나간 생각이란걸 느끼게 되었다.


한동안 그 아이는 정말 말이 없었다.
그냥 나의 어리벙한 표정을 보고 베시시 웃기만 했다.
정말 맑은 눈을 가진 아이였고 너무나 순진하고 청순할 정도로
깨끗한 모습을 풍겼다.


처음에는 몇 마디 걸어볼까 했지만, 나 때문에 이 아이도
놀림을 받을거 같아 그냥 말았다.


그러던 어느날, 마음을 단단히 먹고 뛰는 가슴을 진정 시키며
몇십분동안 고민하다가 처음 그 아이에게 말을 건냈다.


"너 어디 살아?"

첫마디 치고는 너무 볼품 없지만 긴장상태에서 나온 말이라
이 말 하나 튀어 나오기가 정말 어려웠다.


하지만 그애는 정말 표현할수 없는 이상 야릇한 웃음
글로 표현하자면 이빨을 다 들어내고 배시시 웃어댔다.


그 웃음을...


뭐 때문에 그렇게 아주 어린 아이처럼 웃는지
처음으로 가져보는 짝꿍이라 그런지 매일 긴장된 기분이였고
알 수 없는 야릇한 감정까지 생겼다.


어느날 무의식적으로 책을 정리하다 꺼낸 나의 오른손에
그애의 시선이 닿았다.


뜨끔한 마음으로 손을 책상 밑으로 숨기고
사색이된 얼굴로 그 애의 얼굴을 봤을때
그 아이는 정말 알수 없는 배시시한 웃음을 지으며
날 바라보았다.


그런적은 처음이였다..
그 아이는 정말 착한 천사같았다.


정말 말이 없던 그 아이..
하지만 나의 황홀한 착각 마져도 끝나게 되었다.


그 아이는 어느정도 짐작은 했지만
빗나가길 바라며 기도했던 나의 바램이 꺾어지고 말았다.


그 아이는 농아였다.
내 짝꿍은 벙어리..

말을 못한다는 소리다.


그 담임이란 작자가 내 옆에 앉게 한 이유도 바로 이런 이유였다.


그후 아이들은 더욱 처절하게 나를 놀려댔다.
예전보다 더 심하게 나를 괴롭혔다.
그리하여 난 병신남편이 됐고
그 아이는 병신부인이 되었다.


내 주위로 빙둘러 빠져나가지 못하게 한 다음
빙빙 돌아가며 노래처럼 흥얼 거리며
나를 병신남편이라고 놀려댔다.


쭈그려 앉아 오른손을 주머니 속에 안보이도록 감추고
겨우 나온 왼손으로 한쪽귀만을 가리고 울고있는 나에게
그렇게 처참히 놀려댔다.


예전에 그냥 손가락 병신보다 병신남편이란 소리가
나를 더더욱 처참히 괴롭혔다.


그 이유는 내가 그 아이를 농아라는 소리를 듣기전까지
나 몰래 사랑을 해왔었기 때문에 나는 더욱더 괴로웠을지 모른다.


그 아이의 차림을 봐서 꽤 부잣집 딸 같았지만
그 아이의 그 이쁘고 깨끗해 보이던 옷들도 학교가 파할 때 쯤이면
걸래짝처럼 더럽게 진흙 얼룩이 져서 초췌한 모습으로
집에 돌아가고는 했다.


아이들이 미애를 놀려대면 그 애는 뭐가 좋은지
그냥 베시시 웃기만 했다.


그 아이가 할수 있는 건 그냥 베시시 웃는 것 뿐이였다.
베시시 웃는 그 애 한테 아이들은 흙을 뭉쳐 던지고
돌을 던지곤했지만 그애가 하는 것이라고는 베시시 웃을뿐
화를 내거나 우는 적이 없었다.


반 아이들이 우리들의 몸에 손이라도 스치기만 하면

벌레만지고 놀랜듯 인상을 찡그리고 심한 아이들은 손까지 씻곤 했다.


우리는 그렇게 벌레보다 못한 취급을 받았다.
차라리 우리를 외면하는게 우리에게는 도움이 됐다.
한바탕 놀림이라도 받고나면 몇일 동안 계속 터져나오는 울음을 참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어느 늦은 봄날이었다.
그날도 한바탕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던 미애가 그냥 베시시 웃어버리자.
아이들은 재미 없는 듯 그만 두었다.
난 미애가 그렇게 베시시 웃는게 정말 싫었다.
'왜 화도 내지 않고 울지도 않고 저렇게 베시시 웃을까?'
학교가 파하고 난 미애를 따라가 다짜고짜 따지고 들었다.
그 동안 지켜본 미애의 행동에 불만을 품고 내 목소리가 처음으로 커졌다.


"넌 정말 바보야!!!"
분노에 찬 나의 목소리
태어나서 처음으로 남에게 덤벼봤다.


그때 처음 그 아이는 베시시 웃지 않았다.
찡그린 눈으로 답답한 표정보다는 멍청하다는 듯 날
내려다 보는 눈빛으로 책가방을 내려놓고 그 안에서 조용히
연습장을 꺼내어 한자한자 써내려 가기 시작했다.


미애가 써내려간 글귀는
'내가 정말 바보인줄 아니? 저런 멍청이들이 놀린다고 울게?
정말 바보는 너야.. 넌 맨날 울기만 하잖아!'
그 말이 끝나자 마자 난 미애의 연습장을 발로 걷어차고 미친듯이 뛰었다.


그때 분에찬 미애의 눈을 처음으로 봤다.
미애가 처음으로 나에게 보여준 그 글귀

아니 그말, 그건 사실이었다.


난 바보였다.
다음날, 팅팅부운 눈으로 학교에 왔다.

밤새도록 울다 잠이 들었다.

미애가 한말 너무나 가슴이 아파왔다.


그 어떤 놀림보다도
날 피할줄 알았던 미애는 다시 그 이상야릇한 베시시한 웃음을 짖고 있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몇몇 짖굿은 아이들이 점심시간때 미애를 놀리기 시작했다.
자기와 부딪쳤단 이유로 더럽다며
그때도 베시시 웃는 미애의 얼굴
내 머리속을 너무나 복잡하게 만들었다.


"야! 이 새끼들아!!!!"
미애를 놀리던 아이들에게 내 몸을 날렸다.
어지러운 기분속에 정신을 차렸을 때는 양호실이었다.
몸이 허약해서 흠신 두들겨 맞은 난 금방 정신을 잃었던 모양이다.


나중에 교실에 올라가서 알게된 사실이지만
내가 가장 큰 놈의 쌍코피를 터트렸다는 거였다.


미애는 계속 날 보며 베시시 웃고만 있었다.
그 코피를 터트렸다는 것 하나만으로,

난 내 얼굴에 멍들을 다 보상받을수 있었다.

밤이 새도록 울었던 기억이 난다.


미애가 떠난 곳은 미국이었다.
미애가 떠났어도 난 미애의 소식을 계속 들을수가 있었다.


내 짝궁의 편지,
미애의 커가는 모습이 사진속에 담겨왔고
미애는 해가 갈수록 아름다워졌다.


머리가 허리까지 내려왔고 깊고 쌍거풀졌던 눈도 이제
성숙해 가며 더욱 까만 눈동자가 반짝거리는 듯했다.


한달에 수십통씩 오던 편지들
내가 고 2때까지 미애에게 받은 편지만 천통이 넘어갔다.


내 평생 단 한번이였던 내 짝궁 미애
고2 여름을 넘길때쯤에 미애는 불현듯 컴퓨터를 배웠다며
컴퓨터 프린터 물로 편지를 찍어 보내기 시작했다.


그것도 잠시...
맘蔘㈖?감정에 몰아넣어..
난 그날밤 한숨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새벽일찍 일어나 옷단장을 하고,

바르지 않던 무스도 머리에 흠뻑발라 나름대로 멋을내어 넘겼다.


공항으로 가는 내 모습은 영락없는 어린아이였다.
사진속에서 본 그 미애의 아름다운 모습을 직접 볼려니 너무나 두근거렸다.

공항에 도착했을 때쯤 약속장소에는 검은 정장을 곱게 차려입은 중년 신사가

엄중한 표정을 지으며 서있었다.

 

육감적으로 미애의 아버지임을 눈치채고 앞으로 다가갔다.

내가 앞에 서서 인사를 하자 미애의 아버지는 오른손 대신 왼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셨다.


그 모습을 보며 한쪽 가슴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내 징그런 손을 안보여도 될테니..
미애의 아버지는 참 다정한 분이였다.


하지만 같이 온다는 미애는 보이지 않았다.
미애 이애기를 꺼내자

 미애 아버지는 미애를 만나게 해준다며 검정색 고급 승용차 안으로 나를 불렀다.


그 곳 뒷자리에 앉아있는 미애
믿기지가 않았다.
그 곳에는...

검정색 보자기에 흰리본이 묶여있는 네모난 사각 나무상자.
선명하고 날카롭게 새겨져 있는 그 너무나 그리운 이름
정미애


눈물이 나오지도 않았다.
믿을수가 없었다..
상황을 눈치 챘을때는 난 미애 아버지와 시내를 떠나 교외로 향하고 있었다. 

 

미애 아버지는 붉게 충혈된 눈과 사색이된 얼굴로

조용히 내게 미애의 과거에 대해 말을 꺼냈다.


미애는 나처럼 선천적인 장애인이 아니였다고 한다.
미애가 초등학교 1학년때 괴질에 걸려 열병을 앓고
난다음 실어증에 걸려 말을 잃었다고
그 말이 내 귀를 심하게 자극했다.


그 어릴적 미애가 나에게 한말... 그...말...
정말 바보는 너야!
난 그것도 모르고


그때 내 눈시울이 붉어옴을 느꼈다.

미애의 아버지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미애가 미국으로 간건 수술을 받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뇌종양
실어증에서 돌아오지 않는 말을 되찾아준다는 의미도 있었고

초기였지만 미리 발견된 뇌종양을 치료하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 간거였다.

하지만 수술이 늦어지자 갑자기 악성으로 변한 뇌종양은
몇번의 수술 끝에 끝내 미애는 어린나이에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컴퓨터 프린터로 찍어 보낸건 미애가 수술을 받을때 미애의 아버지가
직접 쓴것이었고 마지막으로 받은 편지는 미애가 죽기 한달전에 쓴것이라고 했다.


미애는 마지막 수술후 1년동안 뇌사상태였다

편지를 쓰는구나.
나 두려워..


이 편지 이후에 다시 너에게 편지를 쓸수 있을지가..


나를 구해줘...


농담이고.. 후훗..
어제 나 수술했어.. 마지막 수술이라는데..


잘 모르겠어
이 수술에 내 모든게 달려있대
이제 나 한국에 돌아갈수 있어


근데.. 나 너무 무서워...


아.. 이거 정말 만약이다.. 정말 만약이야..
이런 말 한다고 너무 화내지마..


나 만약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면 널 생각하면서 눈을 감을거야...

넌 나의 기사님이였으니 이 고통과 무서움에서 날 지켜줄거라 믿어...

그리고 난 너와 같이 했던 그곳..


해가 질때면 장미빛으로 물들던 그 언덕에서 영원히.. 영원히..
그곳을 지키고 싶어..


나 이만 피곤해서 줄일께..


넌 아직도 나의 기사님이지?


마지막으로 너에게만 해줄려고 아껴둔 말인데..


정말 너에게만 해줄려고 아낀 말이야..


널 사랑해..

From 너의 공주님. 힛~! 미애로부터..

미애와 나의 추억이 담겨있는 그 느티나무 언덕
그 아래 청평댐에 흰눈이 내렸다.


그리고 내 마음 속에도 하얀 눈이 내리고 있었다.
담배가 다 타들어 갈때쯤
쏟아지는 비 사이로 햇빛이 비취고 있었다.


난 오른손을 주머니 속에 꺼내어 당당히 한걸음 한걸음
걷기 시작했다..
하늘에서 날 바라보는 미애에게 바보가 되기 싫어서..

 

            - 좋은 생각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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