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감동 글

체크무늬 남방

inseong-baek 2009. 3. 16. 16:05

 

 

몇달 전부터 벼르던 남편의 체크무늬 남방을 사기 위해 할인 매장을 찾았다.

먼저 이층에 있는 여성 의류 코너를 돌았는데, 팔천원짜리 뒤색 니트 조끼가 눈에 띄었다.

무척 갖고 싶었지만 나는 한참을 망설이다 포기하고 남성의류 코너로 발걸음을 돌렸다.

매장을 한 바퀴 다 돌아도 내 눈에 쏙 들어오는 체크무늬 남방은 없었다.

게다가 할인 매장이라고는 하지만 가격도 만만치 않았다.

한참 구경한 뒤, 감색과 노란색이 어우러진 체크 무늬 남방을 샀다.

저녁에 퇴근해 들어온 남편에게 설레는 마음으로 남방을 건냈더니,

남편은 "옷도 많은데..."하면서 이렇게 화려한 남방을 회사에 어떻게 입고 다니냐며 큰소리를 냈다.

하지만 내심 기분은 좋은 모양이었다.

새로 산 체크 무늬 남방을 입은 채로 싱글벙글하며 저녁을 먹던 남편이 슬쩍 물었다.

"이 남방 얼마 주고 샀어?"

"사만구천오백 원."

순간 남편의 인상이 붉으락 푸르락 변하더니

저녁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남방을 벗어 내 앞에 내던졌다.

"내일 당장 바꿔! 내가 이 남방을 몇번이나 입는다고..."

결국 저녁 식사는 엉망이 되고 말았다.

내 옷을 오만원주고 샀다면 남편이 저렇게 화를 내진 않았을 것이다.

난 남편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

내 옷을 포기하고 남편의 옷을 산 내 마음과 같다는 것을.

그래도 나는 나대로 화가 났다.

내가 얼마나 사주고 싶어했던 옷인데...

늘 남편과 자식 생각만 하는 내게 "자기, 자신도 좀 사랑하며 살아"하며

핀잔을 주곤 하던 착한 남편.

결국 난 남편에게 떠밀려 그 남방을 환불했다.

그리고 팔천 원짜리 내 조끼를 사오면서

"다시는 옷 사주나 봐라"하고 투덜거렸지만 왠지 가슴이 뭉클했다.

 

           - 좋은 생각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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