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화창한 오후 하교 길이었다.
학교 후문에서 63번 버스를 타고 중간쯤에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열어놓은 창문으로 바람이 살랑거리며 불어오고 버스도 별 막힘 없이 잘 달려 기분이 매우 좋았다.
몇 정류장을 지난 뒤 한 할머니께서 버스에 오르셨다.
얼른 일어나 자리를 양보해 드렸더니 할머니께서 고맙다며 나를 보고 빙긋 웃으셨다.
나도 할머니를 따라 씩 웃었다.
그런데 잠시 뒤 할머니께서 오른쪽 깊숙한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동그랗게 쥔 손을 내게 내미셨다.
아몬드 몇 알이었다.
그러나 할머니의 간식거리란 생각에 나는 괜찮다며 거절했지만,
할머니는 막무가내로 고마워서 주는 거라며 자꾸 권하셨다.
할 수 없이 고맙게 받아먹었는데 그 맛이 아주 고소했다.
그렇게 몇 정류장이 또 지나자,
할머니는 이번엔 왼쪽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입에 넣으시더니
오물오물거리다가 다시 뱉어 오른족 주머니에 넣으시는 거였다.
그모습이 하도 이상해 자세히 지켜보았더니,
할머니가 맛있게 드신것은 바로 아몬드 초콜릿이었다.순간 기분이 야릇해졌다.
이가 없으신 할머니는 초콜릿만 빨아 드신 뒤 그 속의 아몬드는 쏙 빼서 따로 모아두셨는데,
아마 손자를 주시려는 것 같았다.
그런데 할머니는 그렇게 입에 넣었다 뺀 아몬드를 고마움에 대한 보답으로
내게 주신 것이고 나는 아주 맛있게 받아 먹었던 것이다.
- 좋은 생각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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