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감동 글

가시 빼주는 남편

inseong-baek 2009. 3. 9. 22:38

 

 

남편은 조그마한 레코드 가게를 운영한다.

손님이 많아 바쁠 때엔 나도 나가서 도와주곤 하는데

어느 날 가게에 있으려니 갑자기 발바닥이 쑤셔왔다.

 

자세히 살펴보니 어찌된 일인지 짧은 머리카락 같은 것이 박혀 있었다.

의자에 앉아 가시를 빼려고 손톱깎이로 발바닥과 씨름하고 있는데 남편이 다가왔다.

"왜 그래?가시가 박혔어?"

"예. 그런데 가시가 아니라 머리카락 같아요."

"뭐? 웬 머리카락?"

남편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내 발바닥을 들여다봤다.

그리곤 바싹 다가앉아 손톱깎이를 빼앗더니 머리카락을 빼내려고 했다.

"왜 머리카락이 거기에 박혀서 사람을 아프게 하는지 모르겠네, 허참..."

한참 뒤 남편은 도저히 안 되겠다는 듯 내게 잠깐 기다리라고 하고는 책상 서랍에서 뭔가를 찾았다.

그리곤 망원경을 꺼내 들고 오는 게 아닌가.

"아니 망원경을 뭣에 쓰려고?"

그러나 남편은 자못 심각한 표정으로 망원경 렌즈의 초점을 내 발바닥에 맞추더니

다시 손톱깎이를 들고 가시를 빼내려고 했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지만 남편의 모습이 하도 진지해 아무 말 않고 얌전히 있었다.

한참 그렇게 실랑이를 벌이던 남편이 드디어 "됐다!"이제야 빠졌네."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이 박혔던 부분을 문질러 보았다. 감쪽같이 아프지 않았다.

그제서야 안도의 숨을 내쉬며 고개를 드니 지나가던 사람들이 유리문을 통해 힐끔거리며

가게 안을 들여다 보았다.

머쓱한 기분이 들었지만, 망원경까지 동원해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가시를 빼 주는 남편을 보며

 난 가슴 뿌듯한 행복감을 느꼈다.

 

 

     - 좋은 생각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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