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감동 글

때로 그런 날 있지

inseong-baek 2008. 3. 23. 06:21

    

 

 

 

        때로 그런 날 있지

 

        나뭇잎이 흔들리고 눈 속으로 단풍잎이 우수수 쏟아져도

 

        아무것도 안 보이는 그런 날 말이지.

 

        은행나무 아래 서서 은행잎보다 더 노랗게 물들고 있는

 

         아이들의 머리카락 생각 없이 바라보며

 

         꽁무니에 매달려 바람처럼 사라지는

 

         폭주족의 소음조차 의식하지 못하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그런 날 말이지.

 

        신발을 벗어들고 모래알 털어내며

 

        두고 온 바다를 편지처럼 다시 읽는

 

        지나간 여름 같은 그런 날 말이지.

 

        쌓이는 은행잎 위로 또 은행잎 쌓이고

 

        이제는 다 잊었다 생각하던 상처니 눈물이니 그런 것들이

 

        종이 위로 번져가는 물방울처럼 소리 없이 밀고 오는 그런 날 말이지.

 

 


           - 김재진 / 편지 쓰고 싶은 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