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감동 글

새 아버지

inseong-baek 2008. 10. 2. 20:19

 

 

    

 

 

 함께 산지 10년. 그 긴 세월에도 새아버지에 대한 나의 마음은 굳게 닫혀 있었다.
얼마 전 나에겐 가출소녀라는 딱지가 붙었다.
단순히 돈을 벌자는 생각이었지만 만만치 않은 생활이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삐삐가 울려댔는데, 뭘 잘못했는지 알려주면
고치겠노라는 아버지의 음성이 담겨 있었다.
그러다 집으로 전화를 했는데 말끝에 아버지가 정말 싫다고 소리를 지르자

아버지가 나지막하지만 빠르게 말씀하셨다.

"대학 못 갈까 봐 그러니? 네 등록금 하려고 매달 삼만 원씩 붓고 있다."


다음날 밤 아무도 모르게 우리 집 대문 앞에 섰을 때, 내 방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보고
눈시울이 얼마나 뜨거웠는지 모른다.
그 날 이후 나는 아버지와 잘 지냈다.
아버지는 택시운전을 하시는데 어느 날, 밤이 너무 늦어 아버지께 연락을 드리니
총알택시가 실감나도록 달려오셨다.

가는 길에 손님을 한 명 태우게 되었는데, 그 손님은 차안에서 담배를 뻑뻑 피우며
큰소리로 자기 자랑을 해대다가 잔돈이 없다며 얼마 안 되는 차비도 다 내지 않고 내렸다.
날마다 이런 손님 때문에 아버지가 스트레스를 받으신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웠다.
집에 거의 다 도착했을 즈음 아버지가 검은 비닐봉지를 내게 건네셨다.

엄마가 배고플 때 드시라고 싸 주신 찐달걀이었다.
나는 집에 가서 식사하시라고 졸랐지만 아버지는 손님이 가장 많을 때라며
먼저 집에 가라고 하셨다.

그래서 찐 달걀을 까드렸더니 아버지는 배가 많이 고프셨는지 달걀 한 개를
한입에 다 넣으셨다.
아버지의 우물거리는 볼을 보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그날부터 나는 아버지의 이런 노력의 대가가 반드시 돌아오기를 빌었다.
그 대가란 바로 나와 내 동생이라는 것을 마음속 깊이 새기면서.


    월간 <좋은생각>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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