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엄마는 내 발을 자주 씻겨 주셨다.
발가락 사이까지 뽀드득 소리가 날 정도로 깨끗하게.
몇 년 전 내가 발가락에 동상이 걸렸을 때도
엄마는 따뜻한 물로 손수 내 발을 씻겨 주셨다.
그러나 나는 한 번도 엄마의 발을 씻겨 드린 적이 없었다.
그런데 얼마 전 한문 선생님께서 특이한 숙제를 내 주셨다.
그것은 바로 '엄마의 발 씻겨 드리기.'
나는 집에 오자마자 엄마의 발에 비누칠을 하고 발가락 사이사이의 때를 문질렀다.
쑥스러웠지만 용기를 내어 엄마의 발바닥을 박박 문지르고 지압도 해 드렸다.
엄마는 내심 흐뭇하신 모양이었다. 수건으로 엄마의 발을 뽀송뽀송하게 닦아 드리는 것으로
나의 숙제는 끝이 났다.
엄마의 발을 씻으며 엄마의 발바닥이 딱딱하게 굳어 버렸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 때문에 엄마의 발이 그렇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 막내로 낳으셔서 갖은 고생을 다 하신 우리 엄마.
엄마는 식당 일을 해서라도 나를 대학에 보내 주신다고 하셨다.
그 말씀을 하실 때 내 마음이 얼마나 무너졌는지 엄마는 모르시겠지?
식당에 나가실 때마다 허리가 아파서 더는 못하겠다고 하시던 엄마였다.
지금까지 엄마는 나를 가르치기 위해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으셨다.
나 때문에 고생하시는 엄마를 생각할 때마다 눈물이 난다.
이제껏 나는 감사하는 마음을 제대로 표현해 본 적이 없다.
비록 숙제를 핑계로 엄마의 발을 씻겨 드렸지만 그 속에는
엄마를 향한 내 진심이 숨어 있었다는 걸 엄마는 알고 계실까?
- 월간 <좋은 생각>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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