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감동 글

빛나는 왼손

inseong-baek 2008. 5. 9. 22:17

       

 

 

        아빠는 직장에서 사고를 당해 왼손 검지를 잃으셨습니다.

        제가 중학생때, 아침마다 아빠와 함께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갔습니다.

        체육대회가 있던 날 아침, 아빠가 우리반 친구들에게 음료수라도 사 줘야겠다며
        함께 학교에 오셨습니다. 학교 앞에서 내려 반 친구들을 만나자

        아빠는 음료수 한 상자를 들고 친구들과 제 뒤를 따라오셨습니다.

        7월의 아침햇살은 따가웠습니다.


        게다가 학교 입구는 오르막길, 아빠는 한쪽 어깨가 땅에 닿을 듯
        음료수 상자를 들고 힘겹게 오르셨습니다.

        "아빠, 왼손으로 바꿔 드세요!"

        내 말에 아빠는 됐다고 하셨습니다.

        친구들이 같이 들겠다고 했지만 아빠는 땀이 비오듯 흐르는데도 웃기만 하셨습니다.

        교실에 도착해 음료수를 하나씩 나눠 주자 친구들은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교실 창문에서 바라보니 하얀셔츠가 흠뻑 젖어 교문을 나가시는
        아빠의 뒷모습이 아침 햇살보다 더 눈부셨습니다.

        그날 저녁, 저는 우연히 아빠와 엄마가 나누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오늘 학교까지 가는데 혹시 왼손에 손가락이 없는 걸 정아 친구들이 볼까봐
        오른쪽으로만 계속 상자를 들었더니 어깨가 아파 죽겠네."

        저녁 식탁에서 코끝이 시렸던 건 바로 아빠 어깨에 붙인 파스 냄새 때문이었습니다.

        정작 딸인 나는 아무렇지 않은데 아빠는 혹시나 친구들 사이에서
        얘기거리라도 될까 염려스러우셨던 겁니다. 

        그러고 보니 아빠는 아침에 버스정류장에 갈 때도
        늘 오른손은 주머니에 넣고 오른손으로만 내 손을 꼭 잡아 주셨던듯합니다.

        다음날 아침, 저는 버스정류장까지 아빠 왼손을 꼭 잡고 걸었습니다.

        이렇게 되뇌면서요.

        '아빠, 제가 아빠의 빛나는 왼손이 되어 드릴게요.'




        - 월간 <좋은 생각>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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